無名    오관참운장 2011-05-24 15:58

삼국지: 명장관우의 관우에 대한 잡담. 네타 있습니다.'~'





영화의 타이틀은 명장관우 / 중국 원제는 깔끔하게 관운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감상한 후에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영화가 내내 쫓아가는 건 관우인데, 2시간 상영시간 통틀어 내가 익히 아는 관우는 단 한 장면도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외모부터, 이 영화의 관우는 관우가 되기에는 너무 작고 가냘프다(...). 예의상 피부는 좀 짙게 분장한 것 같은데 그마저도 썩 두드러지지 않는다. 황제가 수염주머니까지 하사했다는 그 대단한 수염은 여행 중 슥슥 잘라 버린다.(어쩔 수 없는 상황이긴 했지만 별 미련도 보이지 않음) 흔히들 그토록 강조하는 봉황의 눈 긴 수염 대추빛 얼굴 구척장신이 싹 사라졌다. 차라리 이 조건에 맞아 들어가는 건 조조 역 배우 강문일지도.

다만 외모뿐이랴. 관우의 트래이드 마크, 관중이가 부여한 캐사기 아이템 1,2호. 청룡언월도와 적토마는 어디 갔는가. 삼국지 1권부터 등장해서 관우 죽을 때까지 수십년동안 함께 전장을 갈라온, 오로지 관우만을 위해 준비된 희귀템들 아니던가. 물론 이 영화에서도 언월도와 적토마는 나온다. 하지만 언월도는 오관 돌파 첫판만에 부러졌다. 최종보스도 아니고 첫판만에 깨졌단 말이다. 적토마? 적토마는 한술 더뜬다. 안량과 싸울 때 관우의 도움닫기 한번에 앞으로 고꾸라지며 퇴갤.... 음. 아마도 목이 부러져서 그대로 사망했지 싶다. 그 괴하게 붉은 갈기가 아니었다면 절대로 적토마인 줄 못 알아 봤을 거다. 사실 지금도 그게 적토마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이러하다보니 무신으로서의 위엄이나 강고함도 눈녹듯 사라졌다. 이 영화의 관우는 도도할지언정 고고하지는 않다. 무장으로서는 어떨지 모르나 그 자신의 '충의'는 대놓고 천하보다 작다. 조조의 유혹을 물리치는 손길은 한결같지 않다. 때로는 강하게 뿌리치고 때로는 여유롭게 농하나 꼭 한순간씩 빈틈을 노출한다. 재빨리 옷깃을 여며 보지만 조조의 눈길은 이미 그 빈틈을 캐치한 이후이니 이 일을 어찌하랴. 에헤라디야. 게다가 이 영화 오리지널 설정 여주 기란은 '무신 관우'를 기대하고 간 사람들을 한없이 실망시키기 딱 좋은 캐릭터이다. 무려 관우가, 여자 하나 -그것도 형의 여자-때문에 쩔쩔 매고 온갖 뻘짓을 다 하다가 황제한테 칼을 들이댄다고? 그걸 말리는 게 조조라고? 와... 이 영화 안되겠네. 말이 돼? 저런 뽕빨로맨스 찍으려고 꼭 관우를 써야겠어? 이건 관우에 대한 모독이야!


지각있는 삼덕이라면 이쯤에서 영화관을 박차고 나가도 될 것이다. 당신의 실망은 정당하다. 이 영화는 관우를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 이 영화 안에는 관우가 없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애초에 이 영화는 관우를 보여주기 위해 제작된 게 아니다.

이 영화의 목적은 관우를 참하는 것이다. 오관을 하나씩 돌파할 때마다, 자근자근 밟고 깨주기 위해서지. 하하하.
영화 제작자의 잘못이라면 글쎄. 괜히 적토마액션이 어쩌구 하며 훼이크를 친 거 정도 아닐까? 그냥 우리가 찍고 싶은 영화가 뭔지 깨달았다. 관우나 깨부숴야지. 하고 대놓고 말하지...참.'ㅅ'-3

이 영화 최강의 인물은 두 말할 것도 없이 조조이다. 그는 영화 속 세계를 통관하고 있다. 그의 부름은 곧 천하의 부름이다. 영화는 조조로 시작되고 마무리된다. (참 웃기게도) 이 영화 관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조조의 세계에서 논 꼴이 된다. 심지어 오관참장 이후까지도 말이지.

언뜻 보면 관운장 타이틀달고 조조가 매력적인 영화라고 까일 만 하다. 강렬한 카리스마와 혜안, 능력을 가진 조조와 완숙한 (섹시미가 돋보이는) 장료, 귀여운 허저, 비록 강렬한 병맛이긴 하지만 그 나름 개연성을 가지고 있는 헌제까지. 이 영화에서 두드러지는 인물들은 꽤 강렬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그에 반해 관우는 어떤가. 그는 한 여인때문에 괴로워하며 이리 흔들 저리 삐걱, 갈피도 잡지 못한 채 오관을 헤매고 있는 거다. 어떻게 보면 엄청 단층적이고 뻔한 '불쌍하고 고결한 영웅' 캐릭터에 관우라는 이름만 붙인 것 같기도 하고 말이지. 아. 이게 뭐야.

하지만 관우깨기라는 틀로 보면, 영화 속 관우의 갈등이 어떠한지, 그 갈등을 심화시키기 위해 제작자들이 어떤 미로를 설정해 놓았는지가 보이게 된다. 충의의 화신이라 떠받들리는 관우가, 숨기지도 못하게 공공연히 드러내는 모순, 그가 추구하는 '의'의 비현실성, 근시안적인 행동 뒤에 이어지는 자멸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조조의 품 안에서 타협하기를 거부하고 있는 거다. 그의 신화를 유지시켜주는 것은 기실 이 비타협성 하나뿐이다. 한 순간이라도 조조에게 마음을 여는 순간, 그는 조조의 수많은 무장 중 하나로 전락하고 만다. 조조와 벗하다시피 웃고 놀고 인사할 수 있어도 그에게 마음을 주어서는 안된다. 참 3일에 한 번 대연회 2일에 한 번 소연회 수준으로 물핥빨을 하는 데 그러고 빗장 지키기도 참 힘들었을 거다. 어. 그래서 이 영화 관우는 특히 수 포지션이란 거지. 뭐, 이런다고 조조가 물러날 인물인가. 외려 더 올인하며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는 위인이란 건 관중이가 공인한 거고.


어쨌든 그는 선하려고 하되 완전히 선하지는 못한 인물이다. 마음을 비웠다면서 왜 꿈은 꾸는가? 자꾸 번뇌가 밀려오는 것은 그가 미련해서인가? 욕심이 과해서인가? 아니면 오로지 시기를 잘못 타고난 까닭인가?
기어이 조조의 품을 떠나게 된 후, 조조의 치(治)가 닫는 영역을 누비면서 그의 의는 본격적으로 깨져 나간다. 애초에 그를 죽이라는 '칙명'이 내린 이상, 그가 살아 있는 것 자체가 불충불의인 것이다. (사실 영화 처음 보고 돌아오면서 연의에서 묘사하는 관우라면 황제가 죽으라고 했다는 걸 뚜렷이 알게 된 순간 자살했을 텐데,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데 그는 어쨌든 명분만은 정당한, 황제가 인정한 태수를 살해했다. 여기서부터 본격 관우의 의는 망가지기 시작한다. 관이 다섯이다 보니 줄줄이 이어쓰기도 복잡하네.

1. 동령관: '황명' 거역. 황제에게 정식 임명된 태수 참 / 명분 잃음 / 소지하고 있던 언월도 박살남. 수염 자름.
2. 낙양: 과거 동고동락했던 강호 형제 한복.맹탄 참 / 의협 위배 / 독침 중독. 기란 떨구고 떠남. 본격 방황질
3. 기수관: 오냐. 니들이 날 죽이려고 해? 그럼 가서 죽여주지. 기왕이면 탐관오리부터 죽이자. 변희 참 /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의를 지키고자 하는 합리화 시도. 포인트는 밥과 의에 대한 대화
4. 형양: 정부 공인+의협적인 기준 양면에서 모두 의롭다 할 수 있는데다 대놓고 약자인 왕식 참. / 백성들에게 돌팔매질 당함. 그 상황의 수습을 완전히 조조에게 맡기게 됨. / 형에게 돌아가는 것은 물론 세상에서 자신의 의 관철하는 것 아예 포기. 마지막으로 천하를 위해 좋은 일 하나(원소 살해) 하고 손 털자고 생각.
5. 황하나루: 화살 부대 진기 참. 자신을 죽이려는 '천명'에 대놓고, 구차한 이유(일단 표면상으로는 여자 하나)때문에 칼 들이댐

관우에게서 충 의 명분을 하나씩 박살내기 위한 깨알같은 던전 설정이 보이지 않는가! 관 하나를 통과할 때마다 관우는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의를 지키려 애쓴다. 살생을 피하는 자비로움, 충의를 지키고자 하는 의지. 그럼 뭐하나. 그의 의지는 가는 곳마다 유혈을 불러 일으킨다. 어떻게 보면 그의 처절한 시도는 돈키호테의 망상만큼이나 이 천하에 용납되지 못하는 거다.
그리하여 마지막 타협책(천하를 위해 원소를 죽이고 낙향)까지 포기하게 된 후, 천하는 다시 전란의 시대로 돌아간다. 세월이 수 없이 흐르고, 마침내 관우마저 참 당한다. 그러나 기실 그는 오관에서 이미 참 당했던 것이다. 조조가 자신의 법치를 완성하는데 관우의 의를 쓰고자 했던 계획 (4번 단계) 은 수십년 늦춰진다. 그때 그 황하 나루에서 헤어진 후 수십년만에 관우의 목을 떠나보내는 조조의 미소, 그 늑대의 눈물은 과연 무슨 뜻인가. 그 황하나루 이후 관우는 계속 그런 뒷모습으로 전장에 섰던 것일까. 참 여러모로 곱씹어보게 되는 가운데 영화의 막은 내리고 나는 넋부자가 되고 ...

요는, 이 영화는 겉보기보다는 꽤 일관성있게 관우라는 캐릭터를 선보이고 있다는 점. 문제는 그게 아무도 예상 하지 않았던 방식이라는 점이다. '그냥 뻔한 로맨스 기믹'으로 보일 함정도 많고.

그러니까 이 영화의 제목은 관운장이나 명장 관우가 아니라 오관참운장이어야 했다. 그랬다면 사람들이 '당연한' 뜬 구름을 잡지 않고 영화를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었을 텐데.....


無名
눈물이 앞을 가리누나요. 저런 관우를 그려내려고 견자단 캐스팅한거였군요. 견자단의 아담한 사이즈로 이런저런요런거 찍으려다.. 여기까지 온건가요. (이게 아닌가) 딱 오관까지만 보여주는건가 했는데 생각보다 뒷부분 모습도 이거저거 많이 보여주네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근데 어째 눈에서 땀이 ㅠㅠ) 2011-05-24 15:58
 


無名
견자단의 아담한 사이즈 ㅠㅠㅠㅠㅠㅠㅠㅠ 그 아담한 사이즈에마저 나름 주제 내포적인 설정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저도 눈물이 줄줄줄 // 어쨌든 삼국지가 갖가지로 재해석되어도 거의 터치되지 않던 인물들이 관장인데 이번에 관우 재해석 시도?가 나온 것 자체는 반길 만 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 영화에 대한 호오와 상관없이요.''/ 2011-05-24 15:58
 


無名
강문 관우와 견자단 조조 커플도 꽤 괜찮지 않나....하는 생각이 잠까 드네요 ㅠㅠ 일단 강문 조조 너무 좋구요 (하악하악)

리뷰 너무 좋아요 ㅠㅠ 님 천재유 ddd 오관참운장이란 말 너무 좋네요. 정말 산산조각나 하나씩 껍질이 부셔져 나가는 관우에게 정말 마음 한 구석이 안타까워지더라구요. 보는 내내 드는 생각이 조금만 굽히면, 조금만 돌리면 훨씬 편해질텐데. 계속 그런 생각만 들어서, 무력이 아닌 인간적인 면의 관우가 매우 궁금하고 매력적이었어요. 정말 천리독행-이런 느낌. 혼자서 위태위태한 절벽을 겨우겨우 지나가며 온갖 풍파를 겪어나가는 인생이었어요 ㅠㅠ 그 마지막의 마지막에 그나마 지키고자 하던 기란마저 죽었을 때 그의 절망-은 정말 ㅠㅠㅠㅠ ...........이런 관우를 다독였을 유비가 그저 보고플뿐. 흐흑흑흑
2011-05-24 15:58
 


無名
순수하고 단순하고 그저 곧이곧대로 생각하며 살아온 남자, 아마도 그 무공 덕에 어쨌든 찬사도 얻었고(조조에게 원소만 죽이면 되냐고 물을 때 자기 실력에 한 점의 의심도 없는데서 또 뿜었습죠 ㅠㅠㅠㅠㅠㅠ) 인생에 의가 제일이라 자기 자신의 내면과 욕망에 제대로 귀를 기울여보지 못했을 남자가 오히려 약간 어린애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조금만 굽히면 되는데 왜 저걸 모를까...싶어서 (간만에 캐릭에 이입 ㅠㅠ) 관우가 오관을 넘으며, 특히 결정적으로 왕식의 백성들에게 돌을 맞으며 인정해버린, 자신의 가치관의 부정은 오히려 관우를 훨씬 성숙하게 하고 한편으로는 우울모드, 정말 자신이 길이 맞는지, 곰곰이 생각하게 만들었을 거 같아요.

그런 점에서 기란은 관우의 첫사랑, 남자의 첫사랑이 끝나고, 어떤 면에서는 새로운 삶의 장이 열리는 부분이었을지도. 더 곪아들어갔을지 더 깊이 가라앉았을지는 잘 모르지만 적어도 이후 화용도에서 그가 조조를 살려준 것에서는 현재 볼 수 있는 관우의 근원은 바뀌지 않았다는 건 알 수 있을 거 같아요.

우리에겐 관객으로서 관우의 신격화를 없애고 보게 해줬다면, 관우 자신에게는 일종의 성장담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결론: 유비 유비 유비 ㅠㅠㅠㅠㅠㅠ 유비를 보여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2011-05-24 15:58
 


無名
아, 그런 점에서는 역시 변희가 가장 좋았죠. 자기가 뭘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첫장면부터 걍 다리 뜯으며 나왔으니 ㅠㅠㅠ 반란을 일으켜도 먹을 것도 없고... 이래저래 난 먹을 게 최고다. 역시 헌제의 뜨거운 고깃국 타령과 더불어 자고로 밥 먹여주는 놈이 장땡이다-라는 결론을 내려버렸죠 ㅠㅠ (아;갑자기 박통이 생각나는;;)

그리고 허도에서 관우에게 떠날 때 백성들이 "조대인이 호적을 만들어주셨어요"라고 했던거 기억나요? 관우가 줄 수 있는 건 그저 식량 나눠주는 정도의 베품이라면 조조가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건 그보다 훨씬 더 크고 근본적인 삶의 건설이었죠. 그렇기 때문에 어명은 그저 황제의 말이 아니라 체제의 근간을 의미하는 것이었다고 생각해요. 황제 본인의 욕심은 뒤로 놓고 본다면 관리들이 그렇게 어명에 목숨 걸고 달려들었던 것도, 어떤 면에서는 "이건 국법이다"라고 치환해도 괜찮을 듯도 하구요. 관우의 통과가 관우에게는 그저 형을 찾아가는 개인적인 여행이었지만 그 관문을 지키는 관리들에게 그것은 체제에 대한 전면전이었고. 그런 점에서 처음의 공수의 통행증 요구는 매우매우 뜻깊은 거 같아요.

하지만 그들이 믿는 그 체제=국법은 위로 올라가면 그저 아직 젊은 청년의 명일 뿐이고, 그보다 더 위에 서는 건 조조라는 체제 위의 인물의 개인적 약속일 뿐이고... 도의와 원한에 대해 얘기하던 그들의 대화가 다시 보고 싶네요.
2011-05-24 15:58
 


無名
아... 이거 코멘트 수정이 안 되네요 ㅠㅠㅠ 2011-05-24 15:58
 


無名
붉은 피부는 아니지만 봉황의 눈 긴 수염 그런거 이미지 나올때 말입져. 저는 머릿속 어디선가 노민씨가 연기하셨던 포청천의 이미지를 겹치고 있었어요. (물론 ㅋㅋ 그렇게 둥글둥글 귀여우신 모습 말고 당당한 9척장신의 무신의 이미지였지만.. 한번 쳐다만보셔도 오금이 저릴것 같은..) 애시당초 견자단이 소싯적이 찍으셨던 정무문을 보며 아니 저 아리따운 미소년이 대체 누구냐 하고 침흘리고 케이블에서 해주는 엽문을 볼때마다 어머 저 강단있으면서도 사랑스러우신 분! 하고 생각했던 저에게는 이 영화는 관우 코스프레를 한 견자단을 보자... 의 의미 정도였지만. 오히려 조자룡 메인의 삼국지 용의 눈물 보다 더 손에 안잡힐것 같습니다. (아오 ㅋㅋ 내가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아오 ㅋㅋㅋㅋ) 2011-05-2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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