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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룡]  いちご-いちえ (一期一絵) - 01 [3] 2010.11.19-02: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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いちご-いちえ (一期一絵) - 01










"조장군."

병사들의 오전 훈련이 끝나고 막 중식을 먹은 터라, 나무그늘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자룡은 자신을 불러오는 낯선 목소리에 고개만을 돌려 뒤를 바라봤다. 빛을 등지고 있어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으나 꽤나 큰 키를 가진 장신의 사내. 하지만 키에 비해 선이 상당히 가늘었기에, 길게 뻗은 나무의 가지와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누구인가. 자신에 대해 조장군이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는 많지 않았다. 고민하는 자룡을 아는지 모르는지 상대는 가볍게 다가오고 있었다.


"아..."


그가 가까이 다가왔을 때야 비로소 자룡은 그가 누구인지를 알고 몸을 일으켰다. 동시에 코끝에 스치는 시원한 향기. 자룡은 자신의 앞에 서있는 존재에게서 나는 솔잎향에 잠시 더운 기운이 가시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자룡은 이제 나무그늘 밑으로 들어와 선명하게 얼굴을 볼 수 있게 된 상대의 모습을 잠시 넋을 잃고 바라봤다. 이렇게 생긴 인간이 있다고 누군가가 말했더라면, 믿지 않았을 것이다. 어째서 이렇게 어린 사람을 상대로 주공이 무릎을 굽혔는지, 이 외향만으로도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신비하게 생긴 얼굴. 신선이 있다면 딱 이런 분위기일까. 자룡은, 자신의 곁으로 다가와 선 공명의 키가 자신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불현듯 깨달으며 그에게 예를 갖췄다. 그런 자룡에게 공손하게 예를 돌려준 그는 지난 주 주공이 삼고초려의 예로 모셔온 새로운 젊은 군사. 제갈량 공명이었다.


"휴식 중이십니까."


담담하게 묻는 공명의 목소리가 청아하다고 무심결에 생각하면서 자룡은 고개를 끄덕였다. 생긋, 그런 자룡에게 미소를 지어보인 공명은 여기저기에서 낮잠을 청하고 있는 군사들을 둘러보았다. 지금은 비어있는 훈련장을 가득 채운 태양의 강렬함이 눈으로 보일 정도로 뜨거운 날이었기에, 군사들은 좁은 나무 그늘에 옹기종기 모여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 군사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눈여겨 보듯 둘러본 공명은 다시 자룡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단정하게 생긴 남자다운 옆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잘생긴 얼굴이다. 공명은 생각했다.


"생각한 것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별안간 나오는 밑도 끝도 없는 말에, 자룡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공명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부드러운 미소를 띤 공명의 얼굴을 마주보게 되자 자룡은 부쩍 더워진 날씨가 오늘따라 더 더운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헛기침을 했다.


"..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아. 아닙니다. 장군. 그냥.."
"...."
"..... 이론과는 차이가 있구나, 싶어서 그렇습니다."


공명의 대답은 여전히 다소 모호했다. 하지만 자룡은 공명의 얼굴에서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읽어낼 수 있을 듯 했다. 다르다. 그렇다. 이 난세는, 선현들의 가르침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 명확했다. 그렇기에 이러한 난세를 극복해나가는 방식 역시, 그 방향키를 누가 잡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오랫동안 전장에서 시간을 보내온 자룡은 잘 알고 있었다.


"군사께서는 호가 와룡(臥龍)이셨던가요?"


조용히 묻는 자룡의 말에 공명은 탐색하듯 자룡을 바라봤으나 아무 것도 읽어낼 수 없었는지 다만 고개를 끄덕였다. 조용한 그 움직임에도 기품이 있다, 자룡은 막연히 생각했다. 아무리 봐도 농사를 짓고 살았을만한 사람이 아닌데, 자룡은 이상할 정도로 새하얀 얼굴과 가는 뼈대를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상당히 무게가 있는 호인데.. 사마덕조님으로부터 받으신 겁니까?"
"예. 그렇습니다."


자룡의 말에 성실하게 대답을 하면서도 공명은 그가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목적을 파악하지 못했기에 상당히 초조함을 느꼈다. 눈 앞에 있는 이 사람은 내게서 무엇을 판단하고 싶은 것일까. 공명은 긴장감으로 몸을 굳혔다. 아직 군 내에서 자신에 대한 평은 좋지 않았다. 유비가 삼고초려를 해서 데려왔다는 소문이 널리 퍼진만큼 좀 더 지혜로워 보이는 나이의 사람을 기대했던 듯, 너무나 젊은 자신에 대한 매도의 소리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유비의 군은 약한 군이었기에, 새로운 인재가 쉽게 영입되지 못하는 모양으로 대부분의 인재는 상당히 나이가 있었다. 문관 쪽은 그나마 자신에게 거부감이 덜한 듯 했지만, 무관 쪽의 반대는 상당했다. 특히 장군 중에서 가장 우두머리 격인 관우와 장비 모두가 자신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이상, 다른 장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결국, 유비를 제외하고는 아군 하나 없는 곳에 발을 디딘 셈이다. 공명은 꼬리를 무는 생각을 거듭하며 조그맣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자신을 믿으십시오."


한창 혼란스럽게 생각을 이어나가던 공명은 갑자기 들리는 나즈막한 목소리에 놀라 자룡을 바라봤다. 똑바로 자신을 바라봐오는 검은 눈동자. 속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은 눈동자가 나무 그늘 속에서도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 눈동자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읽어낼 수 없었다. 아니.. 조금 부드러운 느낌인가. 공명은 그동안 여타 다른 무장들에게서 느껴보지 못한 시선을 읽어내고는 내심 당황했다.


"사마덕조께서 괜한 말씀을 하셨을리 없지 않습니까. 스스로를 믿으십시오. 군사. 익숙하지 않은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모두가 마찬가지입니다. 그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해나갈 것인가, 두려움을 이기고 새로운 길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건, 모두 자신의 역량에 달린 것입니다."


과묵한 것이 지나치다 못해 무뚝뚝하다고까지 불리는 자신답지 않은 요설에 공명의 길게 트인 눈이 조금 더 커지는 것을 본 자룡은 슬쩍 시선을 빗겨 단잠을 자고 있는 자신의 부하들을 바라봤다. 훈련의 뒤인데다 식곤증까지 겹친 듯 정신없이 골아떨어진 군사들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자고 있었다. 신참인지 나무 그늘을 차지하지 못한 채 뙤약볕에서 졸고 있는 무리들도 뜨겁지도 않은지 한창 꿈나라인 듯 했다. 조금 시원한 바람이 부는가. 자룡은 자신의 곁에 서서 아무런 미동도 없이 있는 그에서도 맡을 수 있는 솔잎향을 느끼고는 잠시 망설이다 한마디 덧붙였다.


"아직은 배워가는 시기입니다. 초조해하지 마십시오."


직후 자룡은 자신의 소매끝을 살짝 잡아오는 손길을 느끼고는 시선을 내렸다. 공명이 걸친 남색 관복과 대비되어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새하얗고 긴 손가락이 훈련장의 먼지를 뒤집어쓰고 누렇게 변한 자신의 소매 끝을 잡고 있었다. 흐르는 듯이 떨어진 그의 옷감을 따라 시선을 올리니 너무나 잘 정돈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자룡은 환하게 웃고 있는 공명의 얼굴에 살짝 눈을 찌푸렸다.


눈이 부시다.


분명 나무 그늘 아래에 들어와 있었을텐데, 어느덧 햇살이 이곳까지 들어온 것인가. 자룡은 밝게 웃는 공명의 얼굴을 있는 힘껏 마주봤다. 아름다운 얼굴. 원래도 예쁜 얼굴이지만, 환하게 웃으니 그 효과는 엄청났다.


언제까지나 이 얼굴로 있었으면.
자신의 이름과 같은 이 빛나는 모습을 언제까지라도 볼 수 있었으면.


자룡은 자신도 모르게 생각하며 소매 끝을 쥐고 있는 그 손을 다른쪽 손으로 잡아쥐었다. 더운 날임에도 불구하고 서늘한 기온이 느껴지는 가는 손. 유교가 지배하는 사회이다보니 신체적 접촉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기에, 공명은 자룡의 행동에 조금 당황한 듯 일순가 표정이 어색해졌지만, 손을 잡아 빼지는 않았다. 가만히 그 손을 잡아 공명의 가슴 위에 얹어준 자룡은, 작게 말했다.



"소장은 군사를 믿고 있습니다."

























"공명. 조금 기운이 난 것도 같은데."


공명은 업무의 끝에 자신에게 자상하게 말을 붙여오는 유비에게 공손하게 공수를 했다. 지금 공명은 유비와 같은 방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 것 또한 관우와 장비에게는 상당한 불만인 듯 했지만, 공명은 자신의 처지에 대해 민첩하게 반응해준 처우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다. 애초에 무(武)에 자신이 있는 몸이 아니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 속에서는 적군 뿐 아니라 아군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에게도 암살당할 가능성이 있다. 삼고초려의 예로 데려온 자신을 그렇게 허망하게 잃어버리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에게 따로 호위할 사람을 붙여주기에는, 이 군(軍)은 사람이 너무 적었다. 어쩔 수 없는 궁여지책이라고 할까.


"그렇게 보이십니까."


밖에서는 한 침대에서 같이 자고, 한 상에서 같이 먹고 한다고 해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지만, 실제로는 그렇게까지 같이 생활하고 있지는 않았다. 애초부터 사람이 좋은 호색한인 유비는 주로 내실에서 자신의 부인들과 시간을 보냈다. 공명을 굳이 이 방에 두는 이유는, 그만큼의 신뢰를 내보여 함부로 사람들이 출입하지 못하도록 방비하기 위한 것임에 분명했다.


"음. 그동안은 꽤 침체된 모습이었는데, 오늘은 조금 분위기가 바뀌었군.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던 것인가?"


수어지교니, 스승으로 공명을 모신다느니 하는 말이 밖에서 떠돌았으나 실제로 유비가 공명을 대하는 방식은 자식을 대하는 것과 비슷했다. 나이에 비해 자식을 늦게 본 터라 실제 유비의 아들인 아두는 매우 어린 아이였으나, 이미 유비의 나이는 공명만한 자식이 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터였다. 그래서인지 유비는 공명이 모시기로 한 후부터 사적인 장소에서는 죽 이런 식으로 공명을 대해왔다. 밖에서는 공명의 처지를 높여주기 위해 제대로 대우해줬지만 말이다.


"별다른 일은 없었습니다만."


공명의 답에 유비는 잠시 탐색하듯 공명을 바라보다 싱긋, 웃었다. 사람 좋은 미소다. 공명은 오래 전 돌아가셔서 기억에도 없는 자신의 아버지의 상을 잠시 상상했다. 하지만 곧 그 상상 속으로 아까 있던 낮의 광경이 끼어들었다. 아버지, 라고 하기에는 너무 젊었지만, 그의 눈 속에 담긴 상냥함은 지금 유비가 보여주고 있는 것보다도 더욱 분명했다.


어째서일까.
아직 아무런 공도 세우지 못한 채로 있는, 말하자면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자신에게 어째서 그렇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일까. 공명은 유비의 눈을 피하며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대체로 처음 만남에서 사람들이 가지는 자신에 대한 인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우선 첫인상이 너무 강하다. 강한 남성이라기보다는 선이 가는 여성스러운 얼굴을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해 키가 너무 컸기에 사람들은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혼란하는 경우가 많다. 또 세상에 알려진 명성에 비해 너무 젊었기에, 그리고 무엇보다도 공명의 눈을 무서워 하는 사람이 많았다. 예전 사마덕조 스승님도 '너의 눈은 너무도 맑고 곧아서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줄 수 있다'고 충고했을 정도였으니. 공명은 씁쓸한 웃음을 입술에 걸었다. 대체로 공명이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는 것은 꽤 긴 시간이 흐른 후인 경우가 보통이었다. 애초에 친화력이 좋은 편도 못되었기에, 그들이 스스로 공명의 실력에 감복하고 그를 받아들이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는 자신에 대해 반감이 없는 듯 스스럼 없이 위로의 말을 해주었다.


"공명. 역시 무슨 일이 있는 것인가?"


잠시, 유비를 잊고 있던 공명은 갑자기 들려오는 주공의 목소리에 흠칫, 놀라며 그에게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실례했습니다. 주공. 잠시 다른 생각을.."
"아아. 그런가. 무언가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는 모양인데, 편하게 이야기를 해주지 않겠는가?"


싱긋, 다시 공명에게 웃음을 보이며, 유비는 공명에게 의자에 앉으라고 손짓했다. 조금 망설이는 듯 했지만, 이내 말을 잘 듣는 아이처럼 공명은 다가와 유비가 지정해준 곳에 얌전히 앉았다. 공무 때와는 다르게 흰 옷을 걸치고 있었기에 더욱 신선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공명의 외모에 유비는 새삼스럽게 다시 감탄했다.


"그래. 오늘은 무엇을 했는지 한 번 들려주지 않겠어?"


가볍게 시작되는 심문. 공명은 기탄없이 말을 하는 유비를 잠시 바라보다 이내 무릎 위에 얹은 자신의 손으로 시선을 내렸다. 어디에서부터 이야기를 꺼내야할까. 자신이 평소와 다른 이유는 너무 명백했지만, 가능하면 그 부분은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드러내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없는데, 이상하게 꺼려지는 기분. 공명은 조금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평상시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보고되는 업무를 처리하고, 군 내부를 파악하는 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래? 특별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사람은 없었고?"
"... 병사들에게 요리를 해주는 요리사와 만나 병사들에게 지급되는 식사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아. 그렇군. 좋은 일이야. 안 그래도 나도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었거든."


마치 자식의 하루 일과를 듣듯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들으며 반응을 보이는 유비의 모습에 공명은 작게 웃음을 머금었다. 아직까지 조조나 손권에 비해 세력이 약한 유비였지만, 자애로운 군주가 될 수 있음은 분명했다.


"그리고, 또?"
".... 조장군을 만나 잠시 훈련에 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조장군이라고 하면.. 자룡을 말하는 것인가?"
"예."
"흠.. 그래. 자룡이라."


유비는 평소와는 조금 반응이 다른 공명의 태도에 상당히 흥미를 느끼며 그를 관찰했다. 분명 실력이 있음은 분명했으나 공명은 생각보다 꽤 내성적인 면모가 있었다. 응석부리는 태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이에 비해 훨씬 조용하고 모든 것이 물 흐르는 것처럼 부드러웠다. 안정된 기반을 잡지 못해 떠돌아다녀야 했기 때문에, 유비의 군은 대체로 거친 면이 있었다. 주어진 업무에는 착실했고, 없는 일도 만들어서 할만큼 성의가 있고 유능한 공명이었지만, 그런 분위기에는 쉽게 융화되지 못하는 듯, 저녁 무렵에는 늘 날개가 꺾인 새처럼 생기가 없어 보여 내심 걱정이 되는 터였다. 하지만 오늘은 미묘하게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평소보다 생기가 있는 얼굴.. 이랄까. 유비는 가만히 공명을 바라보았으나, 또다시 다른 생각에라도 빠진 듯 공명은 고개를 살짝 기울인 채로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그래, 자룡이 뭐라고 하던가?"
"... 별다른 말씀은 안 하셨습니다."
"그래도 뭔가 주고받은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주게나."


유비의 재촉에 공명은 난감한 기색으로 입술을 손으로 잠시 감쌌다. 하지만 이어지는 재촉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직 낯설 때니까, 힘들어하지 말라고 충고해주셨고.. 저를 믿으신다고 말씀하셨나이다."
"..자룡이?"
"예. 주공."
".... 하기야, 우리 군에서는 가장 군사와 궁합이 좋을지도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나이 차이도 적고 말이야."


유비의 말에, 공명은 잠시 웃음을 보였으나 이내 평소와 같은 얼굴로 돌아갔다. 희노애락이 얼굴에 잘 드러나지 않는 녀석. 오히려 장비와 같이 감정을 다 드러내는 녀석이 더 편할 때가 많다니까. 유비는 속으로 투덜댔다.


"그 녀석이라면, 믿을만 하니까 고민이 있으면 기탄없이 털어놓아도 좋을거야."


한번 더 속을 떠보려고 하는 유비의 말에도 공명은 가만히 웃음을 지어보일 뿐이었다.


"음... 그래,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군."

  
하지만 그런 공명의 얼굴에서 평소와는 조금 다른 기색을 재빠르게 눈치 챈 유비는 곰곰이 생각하다 운을 떼었다. 출처를 알 수 없이 튀어나온 유비의 말에 공명이 다음 말을 기다리는 것을 알고는 유비는 그에게 자상한 미소를 보냈다.


"자룡을, 그대의 호위무사로 임명하는 것이 좋겠군."
"아닙니다. 주공.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예상치도 못한 유비의 말에 놀란 듯, 황급히 대답하는 공명이었으나 유비는 자신이 내놓은 안이 마음에 드는 듯 옷자락을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유비의 행동에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나는 공명에게 유비는 밝게 웃어보이며 덧붙였다.


"자룡은 정말 말이 없는 사내인데. 자네에게 그러한 말을 할 정도라면, 정말 마음에 든 모양이야. 나에게도, 그리고 그에게도 그렇게 신뢰받고 있는 자네를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유비는 당황으로 물든 공명의 얼굴을 뒤로하고, 자신의 처들이 기다리고 있는 내실로 경쾌한 발걸음을 옮겼다. 그동안 고민되던 사항이 말끔하게 해결된 듯한 기분에 유비는 진작 그런 방법을 생각하지 못한 자신을 꾸짖으며 입으로 노래를 흥얼댔다. 겉으로 보이는 둘의 느낌이 너무 달라 눈치채지 못했지만, 공명과 자룡의 속은 상당히 닮아있음을 이제야 깨달았던 것이다. 무관 중에서는 너무 점잖은 편이라 조금 겉도는 듯한 자룡과 지금 혼자 군으로 들어오게 되어 낯설어하는 공명은 서로에게는 좋은 짝이 될 수 있음을 낙관하며 유비는 그날 유난히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뒤에 남겨진 공명과 그 명을 전달받은 자룡이 느낀 당혹감과 설렘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 유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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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작에 비해 조금 설명투의 글이 될 것 같네요.
* 자룡의 생년이 공명보다 먼저인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나이 차이를 설정하려다보니 말이죠. 뭔가 감정이 잘 흐르려면 어느정도 연배를 맞추고 싶은데, 승상님이 위군을 정벌하러 나선 첫번째 출정에서 자룡의 나이가 70대로 나옵니다. 그 때 승상님의 나이가 40대라는 것을 고려하면.. 조금.. 뭐랄까. 그렇게 설정하기가 싫달까요. (먼산) 언제나 자룡은 "젊은 장수" 이미지가 강해서인지 승상님과 나이차이가 많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자룡의 나이가 명확하게 밝혀져있지 않다는 점을 이용해서, 이치고 이치에에서의 공명과 자룡의 나이는 7살정도의 차이로 잡았다는 점을 알려드리고 미리 양해의 말씀 드립니다.
* 가능하면 삼국지연의의 내용에 충실하려고 하나, 다른 면이 많을 듯 합니다. 너그러이 양해를.
* 보잘 것 없는 글이지만 즐겨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댓글은 감사하게, 하나하나 소중히 읽고 있답니다. (笑)
Comments
루체  (2010.11.20-00:35:33) 
정말이지 어느의미로 죄많은 군사님(웃음), 저 소소한 대화속에서도 자룡이나 유비님이 얼마나 공명을 생각해주는지 엿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확실히 조운은 어째서인지 소년스런 인상이 강해서 ㅎㅎ..
보잘것없다니요ㅠㅠ 이렇게 글을 기다리는 제가 있습니다. 이전에도 정주행했지만 다시 새로운 시작인만큼 저도 기대되는 마음으로 읽고 있습니다^^
샤민  (2010.11.21-15:07:36) 
오..세상에..ㅇ>-<... 몇일만에 삼동연 들렀다가 소리 질러버렸습니다. '헐 이치고이치에다!!!'ㅠㅠㅠ 번뇌방 들어오면서 혹시라도 동명의 다른 글이면 어쩌지,하고 다른 의미로 두근두근거렸는데...두편을 후딱읽은 지금 본래 통하는 의미로 두근두근거리고 있네요 ㅠㅠㅠ 아 정말 재밌게봤었고, 또 재밌게 보겠습니다!ㅠㅠㅠ♡
모래바람  (2010.12.23-11:52:16)  
ㅠ 제목보고 깜놀했습니다.. 다시쓰신다니 다행이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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