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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룡]  いちご-いちえ (一期一絵) - 序 [2] 2010.11.17-14:5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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いちご-いちえ (一期一絵) - 序







춥다.
공명은 온몸으로 스며드는 한기를 피하려는 듯 한껏 몸을 웅크렸다.



아직 해가 뜨려면 시간이 꽤 남은 듯 했다.  여명의 기운조차도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밤.
공명은 조금 벌려 뜬 눈꺼풀 사이로 보이는 어둠에 다시 눈을 감았다.
선명한 어둠. 온 몸을 타고 흐르는 한기가 더욱 강해졌다.



공명은 조금 돌아누웠다.
맨살에 닿은 옷감이 버스럭대며 살갗을 찔러왔다.
아프다..
하지만 마비된 듯 떨리는 손끝에 닿은 옷감은 부드럽기 그지없는 비단이었다.
공명은 다시 돌아누웠다.



눈은 감고 있었지만, 전혀 잘 수 없었다.
온 나라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있기에 일이 많은 공명이기에 원래도 제대로 숙면을 취하는 경우는 손에 꼽을만큼 적었으나, 이정도로 심한 불면증은 실로 오랜만의 일이었다. 조용히 누워있음에도, 온 몸의 감각은 전장에서보다도 더욱 격렬하게 깨어 있었다. 덜덜, 온 몸이 떨려오자 공명은 더욱 작게 몸을 구기며 두 손으로 무릎을 감싸안았다.



온 신경이 예민하게 깨어있어서일까.
어딘가에서 조그맣게 소근대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공명은 감은 눈을 뜨지 않았다.
입 안이 썼다. 누군가, 자신의 입에 탕약을 흘려넣었던가- 혀 끝에서 느껴지는 씁쓸한 약초의 맛. 별안간 눈물이 흘러나왔다. 의식할 수도 없었고, 막을 틈도 흘러나온 눈물이 베개를 적셔가는 것이 느껴졌지만, 멈출 수 없었다.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입술을 깨무는 것 밖에는 아무것도- 그 어떤 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 자룡."



마침내 입에서 흘러나오는 단 하나의 이름.
공명은 아프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혀 끝에서 피 맛이 느껴졌지만, 그런 것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대는 정말 떠났는가. 이제- 설령 내가 죽음에 이를 위험한 상황이어도 두 번 다시 달려오지 못한다는 것을. 언제나 나의 곁에 머물겠다는 그 약속을 이제 더 이상은 지킬 수가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아는데도, 어째서 나는 그대의 죽음을 실감할 수가 없는 것인가.



공명은 그칠 줄 모르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어린애처럼 손등으로 비벼 닦아냈다.



야속하게도.
나보다 먼저 이 세상을 등지고 가버린... 일생의 단 한 사람.
일생에 있을 단 한번 뿐인 인연.







[장수(將帥)는 원래 전장(戰場)에서 죽는 것을 소망하는 법입니다.]





나즈막하지만 울림이 있던 목소리.
그 목소리가 강하게 울려 퍼지면 적은 모두 두려움에 떨었고, 아군은 모두 용기가 올랐다.
장비의 우레와 같은 목소리와 달리, 은은한 종소리와 같던. 하지만 결코 약하지 않던 그 목소리가 전장에서 들릴 때면, 나 역시도 승리를 확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군사(軍師). 그대를 위해 나는 절대로 전장(戰場)에서 죽지 않는다고 맹세하겠습니다. 언제나 살아돌아와 승리를 보고할 것입니다.]





검고 깊은 눈동자는 언제나 곧았다.
허언(虛言)이 없고 과묵했던만큼, 한 번 입 밖으로 꺼낸 말은 결코 어기지 않았다. 약속한대로 그는, 함께 겪어냈던 수많은 치열한 전투에서 언제나 살아서 돌아왔고,  돌아오면 늘 가장 먼저 내게 달려와 그 결과를 보고했다. 그 부드러운 웃음을 다시 보게 되기를 기대하며 결과를 기다리던 그 순간도 더 이상은 존재하지 않겠지. 공명은 꾹, 두 손바닥으로 눈가를 눌렀다.





[소장이 바라는 것은 단 한 가지 뿐입니다. 승상께서 살아만 계시다면, 그것으로 저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쑥쓰러움이 많은 사람이었지만, 자신의 마음을 전할 때만큼은 망설이지 않고 자상한 말을 했던 그였다. 언제나 한결같이 따뜻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봐 주었기에, 여기까지 달려올 수 있었다. 자신의 말이라면, 어떤 일이든 망설임 없이 나서서 해결해주었기에. 그의 보이지 않는 보호 아래에서, 자신은 마음껏 활동할 수 있었다는 것을, 공명은 잘 알고 있었다.





[승상(丞相). 비록 난세(亂世)에 태어났지만, 당신과 함께 지낼 수 있었기에 원망은 없습니다. 불가(佛家)가 주장하는 윤회(輪回)라는 것이 있다면, 앞으로 거듭될 인생에서, 언제까지나 그대만을 사랑하겠습니다.]





군더더기가 없이 잘생긴 얼굴은 나이가 들어서도 쉬이 망가지지 않았다. 나이가 든 후에도 언제까지나 용감한 전사였던 그는 죽음 앞에서도 용감했다. 오히려 무너졌던 것은, 공명 자신이 아니었던가.





[소장이 먼저 왔으니, 먼저 가는 것이 이치에 맞는 일입니다. 너무 슬퍼하지 마십시오, 승상. 그리고 천천히 따라오십시오. 그대가 뒤따라 오실 때까지 언제까지나 기다릴테니까요.]





작별인사라는 것을 알면서도,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차라리.. 어느 전투에서건 그와 함께 죽었더라면, 지금과 같은 고통은 없었을 텐데.





[사랑하고 있습니다.]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왜 좀 더 빨리 인정하고 전하지 못했을까. 하루라도 빨리 그리했더라면, 함께 있을 수 있던 시간이 길어졌을 것을. 바라봐오는 똑바른 그 시선이 진심이라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면서도 왜 두려워하며 피하고자 했던 것일까. 나 역시도 시작부터 그와 같은 마음이었음에도...





침구가 흠뻑 젖어버릴정도로 울던 공명은 몸을 일으켰다.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옛추억을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그의 부재를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뿐이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피할 수 없다면, 그냥 부딪힐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 것이 어떠한 일이든, 도망가지 않고 똑바로 마주해왔던 것이 그동안 우리의 인생이었으니.



주변은 기괴할 정도로 조용했다. 부리는 하인들도 모두 뒤채로 물러난 것인지 밖에서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 소리만이 요란스러웠다. 아까 들려오는 작게 소근대는 소리도 지금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 공명은 침대 밑으로 발을 뻗어 발바닥을 마루에 붙였다. 오싹할정도의 한기가 맨발을 타고 전해졌지만, 공명은 심호흡을 하며 무릎에 힘을 넣어 일어섰다.



단정하게 잘 정리된 방. 언제나 다름없는 자신의 방이었지만, 마치 처음보는 것처럼 낯설었다. 공명은 힘겹게 몸을 움직여 자신이 집무를 처리할 때 사용하고는 했던 책상으로 다가갔다. 깨끗한 책상 위에 자그마한 꾸러미가 올려져 있었다. 아아.. 이 것을 손에 쥐었던 것이 마지막으로 내가 기억하는 일이다. .. 혼절했었나. 공명은 자신의 입 속에서 느껴지는 쓴 맛이 약초의 맛이었음을 확신하게 되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상산 조자룡 장군께서 운명하셨습니다.]



주연이 벌어지던 중 들어온 비보. 아무리 그의 곁에 있고 싶어도, 공명이 나서지 않으면 제대로 되는 일이 없는 것이 촉(蜀)의 현 상황인만큼, 늘 그의 곁을 지킬 수는 없었다. 그래도 임종만은 지키고 싶었는데. 혼자 떠나게 하고 싶지 않았건만. 운명을 거역하는 일은 할 수 없는 하찮은 인간이라도.. 그 작은 소망만은 이루고 싶었는데. 자룡이 숨을 거뒀다는 말을 전해듣자마자 그대로 무너지듯 무릎이 꺾이는 공명을 주위에서 황급히 부축했다. 막을 새도 없이 얼굴에 흘러넘치는 공명의 눈물에 주변에 있던 장군들이 간신히 울음을 억누르며 얼굴을 돌리는 것이 느껴졌다.



[아버님께서.. 승상께 남기신 물건입니다.]



그런 공명의 가까이로 다가온 조통은, 공명의 손에 작은 꾸러미를 쥐어줬다. 조운의 아들. 정확히 말하면 양자인 그의 분위기는 자룡과 꽤 비슷했다. 이목구비는 닮은 곳이 하등 없었으나, 양육자의 느낌을 그대로 옮겨간 듯 했다. 다시는 보지 못할 그의 얼굴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오면서, 날카로운 칼로 심장을 후벼 파는 듯한 통증이 가슴을 관통했다. 잡을 새도 없이 쓰러지는 공명의 몸에 소란스러운 소리가 잠시 들려오는 듯 했으나 그보다 먼저 빙글, 세상이 돌더니 그대로 빛을 잃었다.










혼절한 적은 처음인데. 공명은 마치 남의 일을 생각하는 것처럼 무심하게 중얼거렸다. 공명은 덜덜 떨리는 손을 간신히 뻗어 그 꾸러미를 움켜쥐었다. 꽤 묵직하고 두꺼웠으나 손에 닿는 촉감은 종이였다. 아마도 종이로 한 겹 이상 포장이 된 듯 했다. 공명은 앞에 놓인 등잔불에 불을 당기려다 멈추고 걸음을 옮겨 덧창을 열었다. 희미하게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싸늘한 공기가 가뜩이나 식어있는 방안을 가득 채웠으나 신경쓰지 않았다. 창 밖을 통해 들어오는 불빛은 충분히 밝지는 않았지만, 그럭저럭 눈 앞의 것을 읽을 수는 있었다. 여전히 심하게 떨리는 손은 멈추지 않았으나 공명은 침착하게 천천히 봉해진 겉종이를 뜯었다.



겉종이를 뜯자 그리운 필체가 드러났다.



[平北大都督 丞相 武鄕候 益州牧 知內外事 諸葛亮 孔明]



자신에게 보내는 자룡의 편지였다. 무관이었기에 달필은 아니었으나, 좋은 가문 출신답게 오자(誤字)나 탈자(脫字)는 전혀 없던 그의 글을 떠올리며, 공명은 다시 눈물이 뺨으로 흐르는 것을 느꼈다. 아직도 흐를 눈물이 남았을까. 불어오는 바람에도 따끔거리는 눈두덩이에서 지치추지 않고 흐르는 눈물은 차가운 공기에 얼어붙어 뺨을 경직시켰지만 공명은 쉽게 흐느낌을 멈추지 못했다.



공명은 그 필체가 담긴 종이를 한 겹 더 벗겨냈다. 한참을 바라보다 소중히 올려놓은 후 속 내용이 담긴 종이를 펼쳤다. 이 글을 쓰기 위해 몇 번이나 다시 썼을 것이며, 얼마나 노력했던 것일까. 공명은 지금껏 봐왔던 중 가장 훌륭하고 바른 필체로 적힌 서신에 다시금 눈시울이 붉어졌다. 공명은 마치 글을 처음 읽는 어린아이처럼 한마디 한마디 읽기 시작했다.





夜半無人和語時...  



깊은 밤 사람들 모르게 한 맹세..





天長地久有時盡無絶期..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 끝나지 않을지니...





不變愛



....변함없는... 사랑...







열어놓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새벽의 작은 바람이 엎드린 채로 오열하는 공명의 여윈 어깨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약하게 계속 떨리는 그 어깨는 막 태어난 새의 가슴마냥 작고 약해보이기만 했다. 그 때 가슴에 품고 있던 편지 속에서 작은 묶음이 떨어졌다. 바닥을 울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무게감이 있는 물건이 들어있는 듯 했다. 간신히 눈을 떠서 비단으로 감싸여 무엇인지 짐작하기 힘든 그 물건을 바라보던 공명은 물건과 함께 묶여있는 종이를 발견하고 먼저 그 종이를 빼냈다. 가슴에 품고 다닐 정도의 크기로 접힌 그것은 오랫동안 누군가 사용한 듯 종이 끝이 헤어지고 있었다. 더듬어 그 조각을 펼치자, 공명의 초상이 드러났다. 손수 그린 듯 조금 서툴었지만, 초상 속 공명은 그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웃고 있었다.



그 때.. 그래. 공명은 스쳐지나가는 추억을 떠올리며 희미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잇새로 스며나오는 물기를 감추기에는 터무니 없이 약했다. 어째서 이리도 한결같을 수가 있는 걸까. 바보같을 정도로 한결같은 사람.



이제 자룡이 남긴 꾸러미에 남은 것은 비단으로 싸인 작은 물건 뿐이었다. 공명은 그 포장을 풀면 세상이 끝나기라도 하는 듯 천천히 그 비단을 걷어냈다. 그러자 손 안에 들어온 것은 옥으로 된 작은 패물이었다. 익숙한 모양. 촉(蜀)에서 혼인할 때 신부에게 전해주는 패물로 신부의 가슴 속에 간직되어지는 용도였으며, 그 후면에는 서약의 문구가 새겨져 있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전면에는 자신과 자룡을 모두 상징한다고 할 수 있는 용(龍)이 훌륭한 모습을 자리잡고 있었다. 뭐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한참을 들여다보다, 떨리는 손으로 패물을 뒤집었다. 매끈한 외면에는 작지만 깊게 단 한 문장이 자리잡고 있었다.







雖死然.. 我趙雲子龍.. 無盡守愛諸葛亮孔明









건흥 육년. 공명의 나이 마흔 아홉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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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뵙습니다. :)
いちご-いちえ (一期一絵) 의 연재가 다시 시작됩니다. 리뉴얼을 거치면서 어디로 사라지게 된 것인지, 삼동연에서 앞부분이 누락된 상태였기 때문에- 그 기회를 틈타 그동안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구작을 개선하여 다시 연재할까 합니다.
* 구작은 제가 삭제했기 때문에 다시 보시기는 힘드실 것 같아요. 하지만, 그 때 응원의 목소리를 내주신 분들의 글은 모두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笑)
* 처음보시는 분을 위해 다시 말하자면, いちご-いちえ (一期一絵)는, '일생의 단 한번뿐인 인연'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커플링은 공명X자룡입니다. 하지만 제가 촉 승상님을 숭상한다는 것을.. 알고 계시면 더 좋을 듯 합니다. (笑)
* 연재의 범위는 공명과 자룡의 만남에서부터 공명의 죽음까지입니다. 꽤 장편이 될 듯하니, 부디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 변변치 않은 글이지만, 즐겁게 읽어주셨으면 하는 작은 바람입니다.

* 그리고.. 혹시 자룡이 몇 년 생인지 정확하게 아시는 분 있으면 알려주세요. 찾아봐도 나오질 않네요;.. 자룡에 대한 정보가 없습니다.;

Comments
赤目  (2010.11.17-15:11:30) 
오오 다시 연재 재개하시나요!ㅎㅎ 조운의 생년월일은 정확한 자료가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ㅠ
루체  (2010.11.18-02:49:52)  
조운의 생년은 불명이지만 제갈량보다 연상이라고는 합니다. 이제 연재를 시작하신다니 그동안 글을 한번 읽어보았던 저로서는 행운이라 할 수 있겠군요. 기대하겠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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